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4월 30일 수요일

다시는 세월호 같은 사고가 없길...

대형 사고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대형 사고는 한 순간에 세상에 알려지지만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인지할 수 있는 징후가 반드시 있었습니다.

대학 다닐때 식당에서 밥먹다가 TV를 통해 보게 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성수대교 붕괴 사고, TV를 보면서도 저게 현실인지 영화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광경이었습니다. 이 어이없는 대형사고도 사실은 그 전에 여러 징조들이 있어 왔고, 책임자가 양심을 가지고 대처를 했다면 미리 막을 수 있는 사고였습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도 다르지 않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사건의 징후는 분명히 여러번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점에서 더욱 더 안타깝습니다.

세월호에서 일하던 전직 기관사에 따르면 다른 배들보다 유난히 균형을 잘 잃는 경향이 있어서 불안했다고 합니다. 이런 불안함 때문에 생명의 위험을 느껴 많은 선원들이 이직을 했다고 하구요. (관련기사) 세월호 원래 선장은 조타기에 자주 정전이 일어나는 문제가 있어 회사에 알리고 조치를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고도 하구요. (관련기사, 관련기사) 심지어 원래 선장은 세월호의 무리한 개조로 불안해서 배를 못타겠다고 부인에게 토로했다고도 합니다. (관련기사)

한편 선사는 돈을 아끼려고 전문 로딩마스터를 채용하지 않아 균형을 맞추어 화물을 싣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빈번하게 과적을 하였으며 (관련기사) 화물과 차량을 제대로 결박하지 않아 불안했다는 단골 승객의 증언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런 불안한 징조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해결되었다면 이런 대형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게 줄었음이 분명합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무시받는 사회

요즘은 이런 분을 참 찾기 힘듭니다. 제가 군에 복무할 때 얘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당시 저는 연대 작전과에서 사병으로 근무했었고 여러분의 장교를 모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소령이라는 분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시골스러운 외모에 허스키한 목소리로 겉으로 보기엔 참 보잘것 없는 사람이었지만 알고 보면 진정한 군인이었던 분입니다. 연대 작전과에 있으면서 많은 연대/대대/사단 훈련을 지켜보았는데 한소령이 작전과장으로 있을 때는 말 그대로 FM(Field Manual)이었습니다.

한번은 비상 출동 명령이 있었는데 중대장과 중대원들이 완전군장으로 시간내에 집결지에 모여야 했습니다. 한소령이 제대로 훈련이 시행되는지 점검하고 있다가 갑자기 중대장의 군장을 열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사병들도 병장 정도 되면 군장에 가벼운 옷가지만 넣고 깔깔이로 부피만 부풀려 놓습니다. 중대장은 말할 것도 없지요. 실제로 이 중대장의 군장은 텅 비어 있었지요. 그런데 한소령은 그 중대장의 쪼인트를 까고 크게 야단을 치면서 군장을 돌리더군요.

한소령은 말 그대로 원칙주의자였습니다. 사실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이고, 훈련이 잘 되어 몸에 배어 있어야 실전에서도 강한 군인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훈련을 느슨하게 받아들이고 대충 하는 것은 군인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일이지요. 저는 그런 한소령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고 보기 드문 장교라고 생각하고 감동 받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진급심사에서 거의 막차인 한소령은 결국 중령으로 진급하지 못하더군요. 반면에 사병들을 위한 예산을 횡령하고 그것으로 상관에게 뇌물을 바치다가 걸려서 대기발령 났던 부대의 대위 한 명이 소령으로 진급하더군요.

이게 1992년에 있은 일인데...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더 나빠진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원칙을 지키다가 회사에서 짤리고 괄시받는 경우는 봤지만 그들이 칭찬받거나 잘 되는 경우를 요즘들어 더 보기 힘듭니다.

세월호의 운항과 관련된 어떤 단 한사람이라도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위험상황을 미리 관계기간에 알리고 조처를 취했더라면 과연 이런 불상사가 일어 났을까요?

규제의 철폐가 과연 만능인가?

세월호 사건이 나기 한달 전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 개혁"에 관한 긴 회의를 하면서 "규제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습니다.

바로 전 MB 정권에서는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세월호를 일본에서 수입할 때 선령이 18년이었으니 선사 입장에서는 딱 안성마춤인 규제 철폐였습니다.

지금도 같은 입장인지 모르겠으나... 규제는 죄악이라는 단편적인 구호는 이 세상에 위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한 규제마저 철폐할 것인가요? 건물을 짓거나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골치거리는 소방법과 관련된 규제인데 이런 것도 철폐할 것인가요? 어떤 규제를 철폐할 것이고, 어떤 규제를 더 강화할 것인지 구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결정 사항이 아닐까요?

일례로 세월호 사고 직후 경기도의 한 광역버스 업체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노선에 대해서 입석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므로 원칙적으로 입석을 태우면 안됩니다. 그런데 당장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은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관련기사) 입석을 가득 채운 노선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서 대형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까요? 별다른 대책없이 갑자기 입석을 금지한 버스회사의 면피성 조치는 비난받아야 하지만 법적으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일입니다.

원칙을 지키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특히나 안전에 관한 원칙은 큰 사고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길수록 더 느슨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원칙을 지키겠다고 나서면 조롱받고 멸시받기 십상입니다. 이런 세태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임준택님의 아래 페이스북 글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희생을 줄일 수는 없었나?

성인이라면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아마 거의 모두 보았을 겁니다. 타이타닉은 영화적 재미도 있지만 사실 배가 침몰할 때 어떤 상황이 생기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교육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영화에서 사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3등칸에서 머물던 사람들로 갑판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익사하였습니다.

사고가 났을 당시 이 영화를 떠올렸다면 어찌 되었던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으로 나와 최대한 버티다가 마지막 순간에 물에 뛰어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선박을 이용하여 수학여행을 갈 것이라면 학생들의 안전에 대해 선생님들도 어느 정도 대비를 했어야 합니다. 여객선을 탈 때 비행기처럼 비상 탈출 조치에 대해 교육을 하지 못한다면, 교육청 지시하에 선박 사고시 대피 요령에 대한 교육을 미리 학교에서 했어야 합니다. 미리 숙지된 요령에 따라 선생님들이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일사분란하게 학생들을 이끌고 갑판으로 나왔다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선내 방송만 믿고 그대로 선실내에 머물렀다는 데에 대해서 정말 아득한 기분이 듭니다.

당분간 수학여행은 없겠지만 언젠가 다시 재개하게 되면 비행기든, 배든, 버스든 물가로 가든 산으로 가든 여행 전에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반드시 하기 바랍니다.

사고의 원인과 더불어 구조작업이 부실하게 된 원인도 진실되게 밝히고 책임을 지워야 합니다. 그리 춥지 않은 계절이고 날이 밝은 아침에 연안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하기에는 너무 희생이 컸습니다. 적어도 두시간 이상을 물 위에 떠있었는데도 이렇게 희생자가 많을 이유가 없습니다.

실패한 구조작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만 아직까지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놀랍고도 어이가 없는 사실들이 밝혀지겠지요.

이제는 기적 같은거 바라지 않습니다.

세월호가 심연의 바다로 가라 앉은지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이제 기적같은거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희생자 가족들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용기를 가지길 바랄 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 사건을 일으키게 된 원인들에 대해 추호도 거짓이나 왜곡없는 진상이 밝혀져야 합니다. 그리고 책임을 질 사람들에게는 책임을 지워야 합니다. 그래야 희생된 영혼들이 억울해서 구천을 떠돌지 않겠지요. 그리고 가족들도 위로가 되겠지요.

사건이 마무리되고 나서 다시는 세월호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정부가 어떤 조처를 취하고 있는지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억울한 희생이 헛되지 않습니다.

학생들 그리고 일반인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께 위로와 미안한 마음을 드립니다.

A Great Big World의 "Say Something"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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